160828 나도 쓸모가 있을걸

가 기간 동안 독일 종교개혁지를 다녀왔습니다. 종교개혁자 루터의 흔적을 따라 여러 도시들을 다녀왔습니다. 마침 내년이 종교개혁 500주년이라 그런지 잘 정비되어 있었습니다. 종교개혁이란 말을 사용하다보니, 종교에만 관련된 사건처럼 여겨집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이 기독교 내에서 교파가 갈라진 사건만 이야기하는 것은 아닙니다. 중세 천년을 붙잡고 있던 모든 사상과 제도가 뒤집어진 사건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우리가 고백하는 믿음도 이 개혁을 통해서 명확하게 되었습니다.

종교개혁의 영향은 신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퍼져있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의 부르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단순히 제도나 사상의 문제라면 학자, 정치가, 관료들에게만 상관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은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새롭게 하였기 때문에 우리 모두에게도 중요한 사건입니다.

우리 일상을 돌아보면 자는 시간을 빼면 깨어있는 시간의 대부분은 일하면서 보냅니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일 많이 하기로 OECD국가 중 1,2 등을 하는 나라입니다. 그러다보니 일이 우리 인생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크다고 할 수 있습니다. (OECD 2015년 주요국 연간노동시간)

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 많은 일을 하며 살아가는데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인생을 낭비하는 것입니다. 의미도 없는 일, 가치도 없는 일을 평생하다 간다면 이보다 더 억울한 일이 어디있겠습니까? 돈을 버는 것도 중요한 일이지만, 일 자체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큰 고통은 없을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이처럼 중요한 일에 대해서 어떻게 말씀하고 계십니까?

오늘 본문 말씀을 같이 읽어보겠습니다.

롬11:29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하심이 없느니라

본문의 1차적인 뜻: 구원의 부르심
오늘 본문의 말씀은 사도 바울이 로마에 사는 성도들에게 구원의 도를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바울은 구원을 설명하면서 자기 동족인 유대인들, 옛 언약 아래 있는 이스라엘은 어떻게 될것인가 다룹니다. 결론적으로 하나님의 은사와 부르심에는 후회가 없다는 것으로 마무리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부르심은 직접적으로 성도들을 부르신다는 내용입니다. 하나님께서 구원하시기로 한 성도들을 부르시고 그들에게 선물을 주시는 것은 후회함이 없다는 뜻입니다. 우리 각자 인생이 의미없이 왔다 가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셨고 우리는 그 부르심에 응답한다는 것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설령 우리가 실수하고 잘못하고, 죄를 짓는다 할지라도 하나님께서는 그 부르심을 후회하지 않으신다는 것입니다. 변함없는 사랑으로 우리를 구원으로 인도하시고 이끌어 가신다는 뜻입니다.

2차적인 뜻: 직업으로 부르심
여기서 부르심은 직접적으로 구원으로 부르심을 뜻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죄인을 성도로 불러주셨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종교개혁자 루터는 부르심을 단순히 구원을 향한 부르심만으로 제한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각자의 직업으로, 일로 부르셨다는 것으로 해석을 합니다.

루터가 살던 시대는 둘로 갈라서 생각하는 경향이 있었습니다. 성도를 성직자와 평신도, 성스러운 일과 세속적인 일로 나누었습니다. 그래서 교회에서 하나님의 일을 섬기는 성직자는 성스러운 일을 하고, 시장에서 사람들에게 빵을 만들어 파는 제빵사는 세속적인 일을 한다고 보았습니다. 윤리도 성직자에게 주어지는 윤리가 있고, 평신도에게 해당하는 윤리가 달랐습니다. 심지어 성찬식도 차별을 해서, 사제는 포도주와 빵을 다 받지만 평신도는 빵만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제와 평신도, 성과 속을 나누는 장막이 너무나 두껍게 처져 있었습니다.

루터가 한 일은 성과 속을 가르는 장막을 찢어버리는 일이었습니다. 모든 성도가 구약의 제사장이라고 선포합니다. 목사라고 해도 말씀을 전하는 책무를 받은 것이지 모든 영역에서 다른 성도들과 동일합니다. 성찬식에서 빵을 나눠주는 목사나 시장에서 빵을 파는 상인이나 동일하게 하나님의 일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영을 살리는 것만큼이나 육을 살리는 일도 중요한 일이 되었습니다.

주의 일을 하러 신학교에 간다
예전에는 주의 일을 하겠다고 신학교를 가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사실 저도 부흥회 때 은혜 받고 신학교를 가기로 결단을 했습니다. 그러나 종교개혁의 의미를 생각한다면 주의 일을 하기 위해 꼭 신학교에 갈 필요가 없습니다. 주의 일을 하기 위해 장사를 할 수도 있고, 주님을 섬기기 위해 농사를 지을 수도 있습니다. 주를 섬기기 위해 꼭 교회에서만 일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교회 밖의 일도 하나님께서 받으시는 섬김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교회 안에서만 하나님이 아니라 온 세상의 하나님이십니다. 이 세상 속에서 주님의 일이 차고 넘칩니다.

모든 일이 주님의 일이 될 수 있지만, 아무 일이나 주님의 일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의 일이 하나님의 일이 되려면 먼저 이 일이 어떻게 하나님의 일이 되는지 생각해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교회에서 하는 일만 하나님의 일처럼 보입니다. 성경 말씀을 나누고, 찬양을 하고, 성도들을 위해 음식을 준비하는 일은 분명히 하나님의 일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내가 시장에서 장사를 하고, 농사를 짓는 일은 하나님의 일이라고 생각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연결고리가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또 내가 이 일을 사명감을 갖고 하기 보다는 돈을 벌기 위해 한다는 생각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사도바울은 디모데전서4:5에서도 하나님의 말씀과 기도로 거룩하여짐이라 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세속적인 일도 말씀과 기도로 새롭게 의미를 부여할 때 거룩한 일이 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제사장이 성전에서 제사를 하는 것과 같은 일이라면 얼마나 중요하겠습니까? 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나님께서는 은사를 주시고, 기회를 주셨습니다. 우리가 일할 수 있는 건강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는 일입니다. 그 일을 잘 수행할 때, 우리는 존귀한 자로 서게 됩니다.

생활의 달인이란 프로를 잘 아실 것입니다. 프로그램을 보면 평범한 사람들이 나옵니다. 그런데 평범한 사람들의 손 끝에서 특별한 기술이 나옵니다. 그 프로그램의 기획의도가 그렇습니다.

수십년간 한 분야에 종사하며 부단한 열정과 노력으로 달인의 경지에 이르게 된 사람들.삶의 스토리와 리얼리티가 담겨 있는 생활 달인은 그 자체가 다큐멘터리. 비록 소박한 일이지만 평생을 통해 최고가 된 ‘생활 달인’의 놀라운 득도의 경지를 만나는 시간.

이런 사람들을 보면 직업과 상관없이 그 전문성과 기술에 감탄하게 됩니다. 그리고 적지 않은 노력에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봉투를 접는 달인, 탕수육의 달인, 호떡의 달인 별별 달인이 다 있습니다. 이런 분들을 보면 이 말슴이 떠올리게 됩니다.

잠언22:29 네가 자기의 일에 능숙한 사람을 보았느냐 이러한 사람은 왕 앞에 설 것이요 천한 자 앞에 서지 아니하리라

평범한 일들을 하지만, 숙련된 기술 속에서 그분들이 얼마나 진지하게 그 일을 다루는지 느끼게 됩니다. TV에 다 나오지는 않겠지만, 그분들이 흘린 땀에 대해서 경의를 표하게 됩니다. 자기 일을 능숙하게 감당하면서 그 일의 의미를 명확히 아는 것만큼 소명을 감당하는 일도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그럼에도 우리는 우리 손으로 하는 일이 하나님의 일로 여겨지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이 하나님의 일이 아니라 하찮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내가 비록 힘든 일을 한다고 내가 천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닌데도 그런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전환: 돈으로만 계산하는 세상
왜 그렇습니까? 세상이 모든 것을 돈으로 평가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을 가리켜서 돈으로만 계산하게 만듭니다.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서 일을 하지만, 돈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닙니다. 내 재능과 여건을 비롯해 여러 가지 동기로 일을 하게 됩니다. 단순히 월급 액수 때문에 이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고민의 결과로 이 일을 합니다. 그런데 이 세상은 몇 푼짜리로 자꾸 만들려고 합니다.

세상은 일하는 사람을 어떻게 대우합니까? 부속으로 대합니다. 쓰다가 고장나면 갈아끼워넣는 부속으로 씁니다. 전문가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돈 몇푼이면 쓸 수 있는 사람처럼 대합니다.

그런데 사람일이 어디 그렇습니까? 청소를 하더라도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얼룩을 어떻게 지우면 잘 지울 수 있는지, 어떤 도구를 언제 쓰는 게 좋을지 어떤 식으로 하면 잘 되는지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식당에서 일을 할 때도 경험이 많은 분들이 잘합니다. 눈치껏 어떤 음식이 비는지 확인하고, 점검하고, 지시하고 빈자리를 채우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합니다. 그 일에 전문가가 되어야 감당할 수가 있습니다.

이 세상은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일을 하든지 간에 돈으로만 계산하게 만듭니다. 그 일의 의미를 다 없애 버리고 돈으로만 보게 만듭니다. 그렇게 돈으로만 보면, 우리 인생은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됩니다. 그 몇 푼 안되는 돈이 사람을 초라하게 만들어 버립니다. 사람들이 하찮게 여긴다고 해서 내가 하찮은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돈으로 평가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의미를 찾아가야 합니다. 이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어떻게 하나님을 기쁘게 할지 찾아가야 합니다. 이 일이 하나님의 일이고, 하나님을 기쁘게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더 잘 할 방법을 찾아가지 않겠습니까? 힘들더라도 제대로 하지 않겠습니까? 하루 하루 그 성실함이 쌓여갈 때 하나님께서 인정하시는 능숙한 자가 되어 갈 것입니다.

그러나 그 일에서 의미를 찾지 못한다면, 그 일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지 못하고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면 하찮은 일을 하는 사람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평생 직업이 없는 상황 속에서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무엇으로 하나님을 기쁘게 해야할지, 무엇으로 다른 사람들을 섬겨야 할지 고민해야 합니다.

롬12:2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

독일에서 겪었던 일

이 세상이 우리를 부속으로 여기고, 몇푼 안되는 싸구려로 대하려고 할 때 우리는 끊임없이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찾고, 이 일로 어떻게 하나님을 섬길지 고민해야 합니다. 그렇게 평범한 일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는 사람은 평범하지 않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게 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이 일이 소중한 일이고, 하나님의 부르심을 기억하는 모든 자들에게 하나님께서는 더 큰 은사를 허락해 주실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