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재앙의 수많은 징후와 경고를 무시하는가?
1920년 미국 보험사 직원이었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는 업무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하는데, 7만 5천개에 이르는 산업 재해를 분석하면서 법칙을 발견합니다.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인 부상자가 300명이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사소한 사건의 발생비율이 1:29:300 이라는 것입니다. 하인리히는 이 법칙에 자기 이름을 붙여 하인리히 법칙이라고 하였습니다. 오늘날 산업 재해 뿐만 아니라 각종 사고, 재난, 위기와 실패에 대해서도 이 법칙을 통해 해석하고 있습니다.
파국이 오기 전에 사소한 징후들이 있지만 대부분 놓치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런 징후들은 평소에 관리와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나타납니다. 사실 대형 사고나 재난은 갑자기 나타난다기 보다는 이처럼 수많은 징후와 징조를 보이며 나타납니다. 그리고 그 준비를 하지 않는 대가는 참혹합니다.
경향신문 논설위원 노응근은 세월호 참사도 하인리히 법칙으로 설명을 합니다. 세월호 관계자들은 회사가 사고 발생 2주 전에 조타기에 이상이 있음을 확인하고 조치하지 않았습니다. 본래 선장이 회사에 여러차례 선체 이상을 이야기했지만 묵살되었습니다. 선원들이 평형수 탱크에 문제가 있다고 수리를 요청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습니다.
세월호 사건 이전에 이미 수많은 징후와 징조들이 있었고, 이를 방치한 책임이 있었습니다. 세월호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 곳곳에는 아슬아슬한 300건이 있을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재앙의 수많은 징후와 경고를 무시하고 있고, 결국 이 값을 치루고 맙니다. 아니 이미 큰 값을 치루었지만 여전히 무시하고 있습니다.
출처: 강준만, 『독선사회』, 서울: 인물과사상사, 2015, 322쪽-325쪽 (발췌 및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