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윤미 기자]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들은 본래 두 가지를 갖고 태어난다. 한 가지는 안전을 찾아 헤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끊임없이 새로운 것과 안전하지 않은 것을 찾고자 하는 갈망이다. 이른바 ‘오디세우스 요인’이다. 문제는 내적 충동에 불을 지르는 요인들이 현대사회에는 가득 차 있다는 사실이다.
‘자기절제사회’(민음사)를 펴낸 칼럼니스트 대니얼 엑스트는 “유혹은 교외의 패스트푸드 매장처럼 기하학적으로 증가하는 반면, 여러 가지 사회적 제약들이 약화되고 외부 규제체계 자체가 흔들리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는 21세기 자기절제 교범 격인 이 책을 통해 맥도널드 감자칩에서 온라인 데이트까지 세상이 어떻게 우리의 욕망에 덫을 놓고 있는지, 그런 유혹 과잉 시대에 어떻게 욕망에 저항할 것인지 해결방안까지 종합적으로 기술해놓았다. (중략)
저자의 통찰이 빛나는 지점은 자기절제를 속도와 기술과 연관 지은 부분이다. 기술은 거의 모든 것의 비용을 낮춤으로써 자제력 문제를 약화시켰다고 그는 지적한다. 즉, 모든 것을 더 빠르게 진행되도록 함으로써 충동과 행동 사이, 제안과 결정 사이의 지연이 무너지면서 충동을 만족시키기가 더 쉬워졌다는 말이다.*
자제력의 문제는 최근에 대두된 사안이 아니다. 평판이 중요했던 그리스의 폴리스 사회에선 자제력이 중요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과잉과 결핍 모두를 피해 중도를 따라 사는 걸 행복으로 봤다. 그렇다면 자제력 부족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지독한 알코올중독자였던 1979년 퓰리처상 수상자 존 치버는 아침마다 오늘 저녁까지 술을 입에 대지 않겠다고 결심했지만 점심 때를 넘기지 못했다. 그는 스스로를 “여기에 나약한 인간, 심지도 없는 인간이 있다”고 했지만 이런 자제력의 문제는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데 있다. 자신의 의지력, 정신력만 믿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오디세우스는 이런 사실을 가장 분명하게 이해했다. 그는 세이렌의 매혹적인 노래에 홀려 바다에 뛰어들지 않도록 부하들에게 자신을 돛대에 묶으라고 명령했다. 저자는 이런 사전 예방조치가 자제력에 매우 유용하다고 말한다. 아이들에게 간식을 준 후 손톱에 잘 마르지 않는 매니큐어를 칠한다든지, 바람기를 잡기 위한 속옷전략 같은 거다. 자제력 문제에서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며 아주 약간의 저항을 만들어주면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다.
습관을 만들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우리가 자신의 의도에 따라 행동할 가능성은 우리가 얼마나 습관적으로 행동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말이다. 한 번의 성공은 좋은 습관의 선순환을 만들어낸다. 의지근육 만들기, 환경 활용하기 등 저자의 창의력이 빛나는 자제력 고양법이 흥미롭다.
그리스의 철학과 몸과 마음의 이원론, 프로이트의 정신과학, 진화생물학과 뇌과학, 행동심리학 등 산더미 같은 연구성과를 의미 있게 꿰어내 자제력의 허와 실을 제대로 볼 수 있는 눈을 열어준다.
출처: 이윤미 기자, 헤럴드경제, 2013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