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4월, 일본은 평균 나이 서른 셋, 공부도 했지만 사회도 아는 나이,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있는 가장 뛰어나고 우수한 인재 서른 다섯 명을 모집하여 총력전 연구소를 설립합니다. 이는 미국과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과연 미국과 전쟁을 할 경우 이길 수 있는가 연구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연구생들은 각자 자기가 관련이 있던 부서의 장관이나 기관장을 맡아서 모의 내각을 꾸렸습니다. 동시에 가상 적국이던 미국의 내각도 모의로 꾸렸습니다. 그리고 책상위에서 전쟁을 벌입니다. 그래서 현실의 내각을 대신하여 미국과 전쟁을 모의로 진행을 합니다.
4달간의 연구 끝에 내린 결론은 일본의 패배였습니다. 미국, 영국을 상대로 한 전쟁은 반드시 패전한다는 결론이었습니다. 그들이 낸 결론에 나온 숫자는 명확히 일본의 패배를 예고하고 있었습니다. 그들이 제시한 전쟁시나리오는 실제로 전개된 태평양 전쟁과 거의 일치했습니다. 그러나 총리였던 도조 히데키는 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결국 1941년 12월 7일 진주만을 공격하며 전쟁은 시작이 되었고, 45년 8월 15일 무조건 항복으로 전쟁은 끝나게 됩니다.
이미 전쟁에 사로잡힌 자들에게는 눈 앞에 닥친 파국을 사실로 바라보지 못했습니다. 결국에는 그들이 만든 총력전 연구소의 예측대로 일본은 패전하게 됩니다. 미국과 일본의 국력차를 눈감고, 연구소의 예측을 무시한채 전쟁을 일으켰던 도조 히데키는 결국 전쟁후 전범으로 사형을 당합니다.
이노세 나오키, 박연정 역, 『쇼와16년 여름의 패전』, 서울: 추수밭, 2011년, 5쪽-8쪽, (발췌 및 수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