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비록

-정세에 어둡고, 준비도 없이 내분에 휩싸였던 임진란에 대한 기록

작년에 드라마로도 방영되었던 징비록은 유성룡이 임진왜란 전후 사정을 기록한 책입니다. 징비록에는 다음과 같은 일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조정에서는 왜적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1590년 황윤길과 김성일을 왜국에 통신사로 보냅니다. 돌아온 두 사람은 서로 정반대되는 보고를 합니다. 황윤길은 반드시 전쟁이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고, 김성일은 그런 기미를 보지못했다고 보고 하면서 황윤길이 인심을 동요시키고 있다고 보고합니다. 조정은 누가 말이 맞는지 양갈래로 갈렸습니다. 유성룡이 김성일을 따로 만나 묻습니다. “황윤길과 의견이 다르니 전쟁이 나면 어떻게 하려요?“ 에에 김성일의 대답은 가관이었습니다.”나 역시 왜국이 끝내 군대를 일으키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오. 그러나 황윤길의 말이 하도 과격해서 안팎 인심이 동요되겠기로 일부러 한 말이오.“

전쟁이 일어나기 직전인 임진년 봄, 조정에서는 신립과 이일에게 변방을 순회하게 하였습니다. 조사를 해봤지만 겨우 각 군이나 읍마다 문서 상으로만 채워났지 실질적으로는 준비된 것이 없었습니다. 유성룡은 신립을 따로 만나 묻습니다. “곧 전쟁이 날 것 같은데 막아낼 자신이 있으시오?” 신립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그까짓것 걱정할 것이 없다고 대답을 합니다.

결국 아무런 준비가 없는 상태에서 4월 13일 왜선이 부산으로 밀려왔습니다. 당시 부산 방어를 맡은 첨사 정발은 섬에 사냥을 나갔다가 소식을 듣고 왔지만 순식간에 성이 함락되었습니다. 서울로 진격하였습니다. 이들을 막기 위해 조정에서 병사 300명을 뽑았지만 군인이 아닌 유생이나 서리였습니다. 군사라고 할만한 사람이 없었습니다. 일단 이일이 순변사로 이들을 데리고 내려갔습니다. 경상도 상주까지 내려갔다가 왜적이 선산에 도착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헛소리를 한다면서 그 소식을 전한 사람을 죽여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왜군에 포위 당하여 병사들을 잃어버리고, 그 자신도 도망쳤습니다.

임진왜란 초기에 우리의 사정이 이런 수준이었습니다. 유성룡은 정세에 어둡고, 준비에 소홀하고 내분에 싸여 있는지 여실히 기록으로 남겼습니다. 그가 살아 돌아와 오늘 우리의 상황을 본다면 무슨 말을 하겠습니까?

춣처: 주경철, 『히스토리아노바』, 서울:산처럼, 2002년, 190쪽-194쪽., 수정발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