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나는 전업작가가 되면서부터 달리기를 시작해 삼십년 넘게 거의 매일 한 시간 정도 달리기나 수영을 생활습관처럼 해 왔습니다. 거의 빠짐없이 날마다 달렸습니다. ( … 중략 …) 그리고 그런 생활을 차곡차곡 쌓아나가면서 나의 작가로서의 능력이 조금씩 높아지고 창조력은 보다 안정적이 되었다는 것을 평소에 항상 느끼고 있습니다.

장편소설을 쓸 경우 하루에 200자 원고지 20매를 쓰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좀 더 쓰고 싶더라도 20매 정도에서 딱 멈추고 오늘은 뭔가 좀 잘 안 된다 싶어도 어떻든 노력해서 20매까지는 씁니다. 왜냐하면 장기적인 일을 할 때는 규칙성이 중요한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쓸 수 있을 때는 그 기세를 몰아 많이 써버린다, 써지지 않을 때는 쉰다, 라는 것으로는 규칙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그래서 타임카드를 찍듯이 하루에 거의 정확하게 20매를 씁니다.

출처: 무라카미 하루키,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서울:현대문학, 2016년
*무라카미 하루키- 최근 10년간 교보문고에서 가장 많은 작품을 판매한 일본소설가. <해변의 카프카> , <1Q84> 등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