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톤은 그의 초기 대화편에 속하는 것으로 간주되는 카르미데스 편에서 절제- ‘소프로시네(σωφροσύνη)’ 가 무엇인지를 고찰하고 있다. ‘소프로시네(σωφροσύνη)’ 는 매우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단어로 적합하게 번역하기 어려운 말이다. 그렇지만 이 말은 기본적으로 쾌락에 대한 욕망이나 감정을 자제하고 절제하는 ‘ 마음의 건전한 상태 ’ 를 뜻하기 때문에, 이 글에서는 ‘ 절제 ’라는 통상적인 번역어를 따르기로 한다.
절제 개념의 이러한 특징은 카르미데스 편 서막 (153a-158c) 에서 묘사되는 소크라테스의 모습에서 잘 나타나고 있다. 이 대화편은 소크라테스가 전쟁에 참전했다가 고향으로 돌아와서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사람들은 그를 보자마자 흥분해서 처절했던 것으로 알려진 전쟁터의 소식을 그에게 자세하게 묻는다. 그러나 소크라테스는 결코 흥분된 모습을 보이지 않고 , 차분하게 전쟁터의 소식을 들려주는 것으로 묘사된다. 그리고 그는 미소년 카르미데스의 아름다운 육체를 보고서 자신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에 빠지기도 하지만, 이를 곧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전쟁과 사랑은 우리의 감정을 극도로 흥분시키고 감정을 자제하지 못하게 하는 대표적인 상황인데 , 소크라테스는 이런 상황에서도 감정과 욕망을 자제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이런 태도는 절제 있는 사람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볼 수 있다.
출처: 김영균 (2008). 플라톤의 『카르미데스』편에서 절제(sōphrosynē)와 자기 인식. 서양고전학연구, 33, 7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