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부도 권력기관이다. 해밀턴의 표현대로 지갑도 칼도 없지만 통치권의 일부를 담당하는 권력기관임은 부인할 수 없다. 그러한 권력의 연원을 규범의 차원에서만 접근하면 대법원을 정점으로 하는 법원에 사법권을 부여한 헌법제정권자의 결단에서 찾을 수밖에 없고,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하지만 과연 충분할까? 사법부와 사법부의 판단에는 단순한 권력 이상의 권위, 정당성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만일 그렇다면 그 근거는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다양한 견해가 있을 수 있겠지만 사법부의 권위, 정당성이라는 것은 결국 논리의 힘, 논증의 설득력이라고 생각한다. 법관은 판단을 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 판단을 뒷받침하는 이유를 대야 할 책무도 있다. 현대 민주국가에서는 아무리 훌륭한 사법부라도 이유를 묻지 말고 그저 믿어 달라고 할 수 없다. 입헌적 민주주의는 권력에 대한 신뢰가 아니라 불신에 기초한 제도이기 때문이다. 민주사회의 시민은 사법부의 판단도 그 이유를 들은 후에야, 설령 결론에는 동의할 수 없더라도 그 논증에는 수긍할 수 있을 때에야 비로소 신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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